2008년 08월 27일
파리로 가다 & 울 준비는 되어 있다

파리로 가다 1, 2 (아사다 지로 저, 양윤옥 역)울 준비는 되어 있다 號泣する準備はできていた
(에쿠니 가오리 저, 김난주 역)
이번 도쿄여행을 함께 한 두 남녀 일본작가의 책들.
'파리로 가다'는 수경이의 추천으로 망설임 없이 집었고,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은 뭐 그닥 그녀의 마니아가 아닌데도 어쩌다 보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을 거의 완독해 가는 내가 메꾼다는 기분으로 끼워넣었다.
'파리-'는 여행 2~5일째 동안 세번이나 찾은 타르트 카페인 Berry's Cafe에서 정말정말 천천히 읽었다. 워낙에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라(아사다 지로가 작정하고 웃기려고 썼다니 뭐;) 그냥 보통 속도로 읽으면 하루만에 두권을 뚝딱 해치울 수도 있을 만큼 무게는 없는데, 책을 많이 가져가지 않은지라 읽을거리가 동나는 게 싫어서 한글자 한글자 씹어가며 읽었다. 그나마 다행인 것은, 양윤옥씨의 번역이 제대로 감칠맛이 나서 번역된 한글을 꼼꼼하게 짚어나갈 가치가 있었다는 것. 웃음과 감동과 이런저런 뒤죽박죽 코믹한 스토리가 조합되어 반죽된 것 같은 '파리로 가다'는 소설 자체의 느낌이나 여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아사다 지로와 친해지기 뭐 이런 기분으로 읽으면 딱 좋은 내용이지만, 이런저런 뭉글뭉글한 마음을 부여잡고 혼자 뎅그러니 도쿄에 떨어진 나도, 이 소설 속의 여행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공감하고 또 감동도 받으면서 책을 보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. 황당한 상황에 키득대다가 훌쩍 파리로 떠나온 이 일본인 등장인물들의 텅빈 마음이 내마음 같았달까 뭐 그런 느낌.
이어서 읽은 '울 준비-'는 정말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의 단편집답게, 색깔 곱고 말랑말랑하면서도 한입 씹으면 약간은 씁쓸한 맛이 나는 모찌들을 상자에 가지런하게 담아놓은 것 같은 책이다. 갑작스럽게 귀국하게 된 여행 마지막날 토요일, 후타코타마가와(二子玉川)의 백화점 지하에서 케익과 맛차파르페를 먹으면서- 그리고 하네다공항의 크레프 가게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마저 다 읽었는데, 책을 읽느라 초콜릿케익은 거의 남기고 말았다. (너무 천천히 먹으니 배가 불러져 버리는 바람에 -_-;;;) 정말 짧은 단편들이 여러 개 늘어서 있는데 한편 한편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다 보면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슬쩍슬쩍 이어지면서 서로 손을 잡고 있다.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니 역시 그런 언급이 있었다. 소설들도 다 너무 좋았지만, 작가의 말에서 아래 부분이 제일 와닿았기에 옮겨 적어둔다.
(회사 도서관에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다 읽어버렸으니, 동작도서관에도 없는 건 이제 신청에 들어가야겠다-)
*
슬픔을 통과할 때,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.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, 적어도 거기에 분명하게 있었다는 의심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.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, 하지만 여전히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... 그래서 이 소설집은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,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한 사탕 한 주머니 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.
# by | 2008/08/27 23:40 | 리뷰 | 트랙백 | 덧글(4)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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